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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정우)의 심리 표현이 아주 섬세하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새 정우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라면 룸에서 일 하는, 꿈많고 열심히 사는 주희를 받아줄 것인가?
그러다가 정우를 응원하고 있다. 함께 고민하지만 점점 가까워 지는 그들을 응원한다.
그러나 어느새 분노하고 다시 고민하고 갈등한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끊임없이 갈등의 소재를 던진다.
다만 내가 볼 때는 약간 과하지 싶었다.
생각한 대로 흘러가게 냅두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이 영화의 가장 강점은,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점이었다.
정우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와중에도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제 3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해석하게 된다.
이 행위는 어떻게 인식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 올바르다고 할 수 있는가?
주희는 어떠한 인물인가? 정의를 내렸다가도 한 번씩은 변화구를 던진다.
'응 아니야.' 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녀는 순수했는가?
아니면 영악한 나쁜년인가?
동화(주인공 친구)는 또 어떠한 인물인가?
입이 상스럽고 음란한 생각만 하는 철부지인가?
그래도 지켜야할 인간적 도리와 도덕은 지키며 살고 있는가?
이 영화는 분노의 엔딩을 가지고 있다.
단지 정우가 주희에게 고백도 못하고, 그녀에게 느낀 배신감으로 거짓말과 거짓 행동을 일삼았기 때문이 아니다.
주희의 졸업작품은 미로였다.
그리고 갈 수 없는 길을 메꾸다 보면 남아있는 최선의 길이 보인다고 한다.
그렇게 정우는 주희라는 막다른 길을 지워(채워)나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를 만든이는 어떠한 의도였는 지 알 수 없다.
만약, 알듯 말듯한 심리묘사가 전부라면 그 의도는 성공적으로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묘함을 살리려다가 미로함을 남겼다.
어지러움과 헷갈린다고 해서 그 영화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토론을 할 때, 서로 다른 의견이 오고갈 지 몰라도 그 주제는 명확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 지 그것에 대한 이야기조차 왔다갔다 한다.
주희는 곧 막다른 골목이 되어 칠해진다.
순수한 정우의 마음에 대하여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돈이 필요하면 룸에서 일을하고,
도움이 필요하고 마음의 위로가 필요하면 정우에게 기대고,
몸이 외로우면 동화에게 기대고 성적인 행위를 한다.
주희는 꿈을 쫒으며 최선을 다해가는 인물인 듯 묘사하다가 하고싶은 대로 사는 캐릭터로 중심이 이동해 버린다.
과 활동도 잘 하지 않는 얼음공주였다가 몸과 마음이 외로워 채워줄 사람에게 다가간다.
결말에서 휘청거리는 갈대의 중심을 잡았어야 했다.
적어도 변덕스러운 영화의 끝자락 만은 선명해야 했다.
캐릭터의 본질은 명확히 잡고 인간적인 면모만은 비췄어야 했다.
재밌게 봤다.
그러나 아쉽다.
졸(업)작까진 아니지만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영화.
재밌지만 아쉽고 그렇기 때문에 더 사실적인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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