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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저자: 소노 아야코 (옮긴이: 김욱)

출판사: 책읽는고양이


에세이. 생각을 나누는 책이다.

표지와 제목이 주는 느낌이 상당히 매력적이라 손이 쉽게 가게끔 한다.

책의 두께 또한 아주 두껍지 않아서 더 편하게 책을 만나고 싶어진다.


책의 하단에는 "세상의 잣대로 나의 행복을 재단하지 마라!" 라고 씌여져 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대체로 스스로 행복하기 위한 작가의 생각들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살피기 시작하고, 무조건 적인 공동체에 대한 복종보다 개개인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협동심이 강조되는 요즘. 굶어죽거나 사회적 성공보다 스스로에 대한 행복과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많아지는 시대에 걸맞는 주제가 담겨있다.


일각에서는 작가의 몇 글들이 악성 페미니즘과 닮았다고 비판도 받는 모양이다.

혹자는 표지와 책의 제목이 주는 이끌림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생각과 많은 부분이 겹치고 있음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다.

저자의 글을 비판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재미를 주는 책도 있지만 대체로 에세이는 같이 수다떠는 듯한 소소한 행복을 준다.


글과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가 전에 그랬다.

니가 그렇게 느끼도록 글을 쓰는 게 작가가 그 에세이를 공감가도록 잘 썼다고..

아무튼, 착각이라 할 지라도 책 읽는 동안 나름 즐거웠다.

대단한 가르침을 주려고 하지 않고 작가가 느끼는 바를 짧은 에피소드식 구성으로 나열했다.


에세이에서는 대체로 두 가지를 이야기 한다.

첫 째는, 어떤 사건으로 이한 나의 느낌을 재해석한다.

느꼈던 분노, 슬픔, 우울 등 감정을 극복하는 합리화적 생각을 덧붙인다.

둘 째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받아들인다.

애초에 '인간은 이기적이다.' 라는 식으로 전제를 하고 나면 그 안에 종속적으로 사고하게 되어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다.


대부분의 에세이가 이러하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게 동질감과 일종의 해법 비스무리한 것을 알게된 듯한 쾌감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허구라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고 어떤 느낌이나 감정에 대해 언어로서 덧붙일 수 밖에 없었는가?

그 것은 본능자체를 거부하거나 뒤틀어버리지 않고서는 해결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미봉책이다.

자기 속임이다.

오랜시간 쌓여온 개개인의 가치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거의 불가능하다.) 

잠깐의 꿈 속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한들 결국 맞이하는 건 책이 아니라 현실이다.

너무 책에 의지하지 않고 잠깐의 휴식 정도로 생각을 해야 한다.

나만의 에세이를 쓰는 참고서적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