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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책을 읽고]뱀과 물

배수아 2018. 4. 25. 17:23

뱀과 물

저자 : 배수아

출판사 : 문학동네


이 블로그를 처음 만들 때 즈음 배수아 작가님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작품도 보기전부터 이름이 참 예쁜 듯, 묘한 듯 하여 블로그 닉네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1965년생으로 연배가 제법 있는 분이다.


책 이야기를 하자면 접근하기가 어렵고 농밀한 표현이 가득하다.

문학 작품을 군것질하듯 접했던 나는 에스프레소를 처음 접한 어린아이와 같았다.

명확한 배경에 대한 언급도,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전체적인 분위기도 무엇하나 선명하게 그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거나 책을 덮고 다른 일을 하고 나면 읽었던 것들을 망각했다.


마치 꿈을 담아낸 듯 하다.

꿈을 꾸고나면 명확히 기억이 나는 듯 하면서도 이를 글로 옮기려 하면 혼란스럽다.

기억은 1분 1초가 지날 때마다 희미해지며, 특정 사건만 기억에 남을 뿐 다른 구체적인 것들은 흐릿하게 지워져간다.

이 책에 나온 에피소드들을 접할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고는 있지만 흐릿하다.

몽롱하다.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 하다가도 어느새 존재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풍부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한 묘사가 많다.

'보이지 않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길을 잘못 든 세상이 구름 속으로 들어와버린 것 같았다. 짙은 안개 속에서 불을 밝힌 대관람차가 돌아가는 것이 멀리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세상이 오직 안개와 대관람차로만 이루어진 것 같았다.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름인데도 날은 이상스럽게 차가웠으며 공기는 회색이고 무거웠다.'

첫 이야기 '눈 속에서 불타기 전 아이는 어떤 꿈을 꾸었나'에 나오는 부분이다.

읽으면서도 아리송하다.

그러나 계속 읽다보면 뭔가 보일 듯 하다.

감정이입이 되어 주인공과 같은 장소에 있는 듯 하지만 어떤 현실적인 모습으로 떠올리기 쉽지 않다.

배경뿐만 아니라 사건의 진행도 마찬가지다.

목적이 있고 익숙한 행위들을 하는 것 같지만 원인 모를 사차원적인 행위가 뒤섞여있어 완전히 공감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저 쫒아가게 된다.

마치 그냥 그렇게 존재하고 행동하는 것을 받아들인다.

지금 바로 꿈 속에 존재하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