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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참으로 어렵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왜 그런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원론적인 이야기는 잠시 옆으로 치워두려고 한다.

 

내게 있어서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첫 째로, 어떠한 형태로 규정하거나 단정짓기 어렵기 때문인 듯 싶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어물쩡하게 생각하는 나의 안일함때문인지 늘 틀리는 것 같다.

 

내 기준에선 제법 친하다고 여겼던 사람들이 나 없는 모임이나 연락을 주고 받을 때 괜시리 상처 받는다.

 

언제 보자고 같이 놀자고 연락했건만 나 혼자서만 일정을 가지고 있었고, 상대방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무심했다.

약간의 배신감과 스스로 초라해지는 기분에 더 이상 연락하고 지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

그 세상에는 친구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둘 째로, 받는 사랑에는 무심하고 주는 사랑에 목메달게 되는 것 같다.

연인 사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관계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목 마른 사람이 찾기 마련이고, 목 마르지 않은 사람은 그 감정을 알지 못한다.

 

가끔 내게 연락을 하는 친구가 있다.

만나서 하는 얘기는 대부분 하소연이었고, 과한 음주로 인해 내가 약간 거리를 두게 되었다.

얼마전 혼자 외롭고 금요일 밤이 허전해 친구를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두어명은 선약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저 혼자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다음날, 전화가 왔다.

같이 점심을 먹자는 그 친구.

하필이면 나도 선약이 있어서 못 먹겠다고 했다.

어제는 뭐했냐는 내 질문에, 별다른 약속이 없었다고 했다.

왜 어제는 그 친구가 생각나지 않았나 모르겠다.

 

각자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인간관계는 개개인에 귀속된다.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했든 지, 상대방은 상대방 나름대로의 인간관계가 존재했다.

 

바쁜 일상, 연애, 여행, 집안 행사 등 나도 모르게 소홀해진 관계는 내가 필요할 땐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나름대로 연락을 꾸준히 주고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연락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만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조건은 맞추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의식적으로 관리(?)했던 인간관계는 그 수준에 머물게 되는 것 같다.

퇴보한다.

 

누구나 다 단짝이 있고, 늘 함께하는 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사연과 상황에 맞춰 살아가다보면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한다.

오랜 관계라고 해서 영원하리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씁쓸하다.

내가 잘 못 살아온 것 같다.

그냥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것 같다고 느꼈다.

약간은 외롭지만, 혼자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내 모습.

나이가 들면서 나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더 노력하고 애정을 담아야 한다.

그리고 자원은 한정적이다.

삶의 기준을 조금씩 옮겨가며 살다보니, 어정쩡한 관계가 많아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거절을 하다가, 별 것 아닌 일에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내 업보려니 하고 있다.

 

내가 어정쩡하게 여겼던 만큼 돌려받은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인간관계에 무심하고 부족한 것은 사실인 듯 싶다.

이런 내 모습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다음 주엔 친구들과 함께 얼굴이나 보자고 연락해봐야겠다.

그게 잘 안되면,

혼자 책이라도 읽지 뭐.